2026년 8월 13일 (4)
싸이월드 ‘네 번째 부활’ 선언…인수 적법성 논란에 시작부터 삐걱

싸이월드 ‘네 번째 부활’ 선언…인수 적법성 논란에 시작부터 삐걱

승인 2026-08-10 18: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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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한 시그마체인 글로벌이사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에서 열린 ‘싸이월드 인수 및 서비스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피터 한 시그마체인 글로벌이사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에서 열린 ‘싸이월드 인수 및 서비스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블록체인 기업 시그마체인이 10일 싸이월드 인수를 공식화하며 오는 10월 부활을 예고했다. 그러나 발표 현장에 전 운영사 대표가 찾아와 인수 절차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부터 파열음이 났다. 2019년 서비스 종료 이후 네 번째 부활 선언인 만큼 업계에서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그마체인은 이날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싸이월드 지식재산권(IP) 인수를 마쳤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베타서비스를 출시하고 데이터 복원과 안정화 과정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를 열겠다는 로드맵도 함께 제시했다.

베타서비스에는 친구 연결과 피드 기능이 먼저 적용된다. 계정이나 아이디를 잊은 이용자를 위한 본인 확인 절차도 마련한다. 사진과 게시물 등 약 170억 건, 용량으로는 3.8페타바이트(PB)에 달하는 기존 데이터를 최대한 복원한다는 목표다. 과거 싸이월드 운영 주체가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 이 방대한 데이터 복원은 서비스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시그마체인은 미니홈피와 사진첩, 일촌 등 옛 기능을 되살리되 여기에 웹3 요소를 얹겠다는 구상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콘텐츠를 노출하는 개방형 구조보다는, 예전 싸이월드처럼 지인 간 관계를 중심에 두는 방식을 유지한다. 이용자가 원하면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만들 수 있게 하고, 금융권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도토리 구매 수단으로 연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형근 시그마체인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직접적인 자체 코인 발행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도토리 등 결제 수단을 구매할 때 금융권 스테이블 코인을 연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익 배분은 “이용자 40%, 크리에이터 40%, 플랫폼 20% 비율로 배분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수익 배분 구조와 관련해서는 이용자 40%, 크리에이터 40%, 플랫폼 20%로 나누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다만 인수 대금 규모나 구체적인 투자 유치 현황, 세부 개발 로드맵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정작 실행 계획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수치는 이날 나오지 않았다. 확보한 사업 자금 규모와 투자자, 데이터 복원 비용, 세부 개발 일정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시그마체인 측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그마체인은 이번이 첫 번째 SNS 재건 시도가 아니다. 곽진영 대표는 2018년 회사를 설립한 뒤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을 기반으로 SNS 서비스 ‘스낵(SNAC)’과 위치 기반 서비스 ‘PiKi’를 잇달아 선보였지만 대중적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김호광 싸이월드제트 전 대표이자 현 베타랩스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에서 열린 ‘시그마체인의 싸이월드 인수와 3.0 서비스 추진 반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김호광 싸이월드제트 전 대표이자 현 베타랩스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에서 열린 ‘시그마체인의 싸이월드 인수와 3.0 서비스 추진 반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간담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전 싸이월드제트 대표이자 현 베타랩스 대표인 김호광 대표가 싸이월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현장을 찾아 인수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행사가 예정보다 30분가량 지연됐다. 김 대표는 “제대로 된 인수가 아니다”라며 “싸이월드 사업권과 도메인이 법적 분쟁 중인 상태에서 이뤄진 거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행사 종료 후 별도로 취재진을 다시 불러 반박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김 대표 측 주장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사업권 이전 과정의 적법성이다. 베타랩스는 2021년 싸이월드제트에 25억원을 투자해 지분 15.21%를 확보한 주주사인데, 정작 핵심 자산이 싸이커뮤니케이션즈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주주에게 통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이 이전됐다”며 “시그마체인이 무언가를 주고 샀겠지만 그 과정이 정확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시그마체인은 권한없는 자로부터 사업을 양수해 계약은 무효”라는 입장도 밝혔다.

두 번째는 도메인 문제다. 김 대표 측은 지난 2월 대법원으로부터 싸이월드제트가 베타랩스에 약 137억 원을 반환하라는 최종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고, 이 채권을 근거로 서울중앙지법에 싸이월드닷컴(cyworld.com) 도메인 가압류를 신청해 결정을 받아냈다. 다만 이 판결이 시그마체인의 이번 IP 인수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인수 효력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최종 판단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별도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시그마체인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곽진영 시그마체인 대표는 “싸이커뮤니케이션즈와 법적 계약서를 작성하고 싸이월드 관련 지식재산권과 상표권, 데이터를 인수했다”며 “회사 경영권이나 부채를 인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타랩스와 싸이월드제트 사이의 분쟁은 이번 인수와는 별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도메인 가압류에 대해서도 “합법적 절차를 통해 인수했다”고 선을 그으며, 우선은 가압류가 걸리지 않은 국내 도메인(co.kr)을 우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 측 반발에 대해 곽 대표는 “필요하면 별도의 입장문을 내겠다”고 말했다.

시그마체인은 자본금 60억원 규모의 대구 소재 기업이다. 곽 대표가 싸이월드 창업 초기 데이터베이스 설계를 담당했던 이력을 앞세워 “외주 없이 100% 자사 인력을 도입해 170억건의 데이터 복원과 개발을 직접 진행할 자금과 기술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안정화 이후에는 모바일 이용률이 높은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북미, 유럽까지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가입자 3200만 명을 넘기며 도토리 판매만으로 연 1000억 원 안팎을 벌어들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모바일 전환에 뒤처지며 2019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싸이월드제트가 사업권을 넘겨받아 2022년 4월 서비스를 재개했으나 2023년 8월 리뉴얼을 이유로 다시 중단했다. 2024년에는 싸이커뮤니케이션즈가 사업권을 인수해 2025년 상반기 베타서비스를 예고했지만 이 역시 자금 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이 네 번째 부활 시도인 셈이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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