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육용오리에서 발견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고병원성으로 최종 확인됨에 따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관계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의 방역 소홀을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일선 농가에서는 ‘철새로 인한 발병은 천재지변’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 되풀이되는 악몽 ‘AI’
20일 농식품부는 전북 고창 농가의 육용오리에서 발견된 AI 항원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AI인 H5N6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등 관계당국은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AI 방역대책본부를 중앙사고수습본부로 전환하고 모든 지자체에 대책본부를 설치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날 자정을 기해 전국단위 48시간 일시 이동중지명령과 방역조치 등을 실시했다.
축산차량 GPS 분석 결과 해당 농장을 출입한 2대의 사료차량이 고창군과 정읍시 소재 10개 농장, 군산 사료공장, 김제·고창 전통시장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항원 검사결과 10개 농장 중 9개 농장은 음성, 1개 농장은 빈 축사로 확인됐다.
다만 해당 농장이 철새도래지인 동림저수지와 반경 250m 인접해있으며 3㎞ 이내 5개 농장을 포함해 총 10㎞ 이내 59개 농장 208만3000수의 가금류가 있어 확산 우려 가능성은 여전하다.
특히 두어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강원지역으로의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류 반입 중지도 검토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지 주변 지역에 소규모 농가가 자리하고 있어 AI가 발병할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강원도에서 AI가 발생하는 즉시 닭 등 모든 가금 반입을 중지할 계획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강원도에서) 살아 있는 닭 등 모든 가금 반입을 중지해 달라는 건의가 와 법적 검토를 거쳐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발병 농가가 속한 축산계열화 사업자인 ‘참프레’에 방역 소홀에 대한 법적 책임도 묻는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발병농장은 축사시설이 노후화돼 비닐이 찢겨있었으며 야생조류 분변이 축사 지붕에서 다수 확인됐다.
김 장관은 “발생 농장의 경우 시설이 노후화됐으며 방역 조치가 분명히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참프레와 해당 농가에 어떤 조치를 강구할 건지 면밀한 법적 검토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 일선 농가 “철새로 인한 AI는 천재지변”
일선 농장에서는 발병원인을 무조건적으로 농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양계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한 농장주는 “AI 발병농가로 낙인찍히고 (키우던 가금류가) 죄다 살처분되는 것을 바라는 농가가 어디 있겠나”면서 “마치 농가 잘못만으로 모는 것은 억울한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입·출입 인원과 차량 관리감독 등 방역을 철저히 해도 사실상 철새와 철새 분뇨로 인한 발병·확산을 일선 농가가 전부 차단한다는 것은 무리”라면서 “(철새로 인한 AI 발병은)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발생농가에 대한 보상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정부가 살처분 피해액을 100% 지원하는 경우는 ‘감염되지 않은 농가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할 경우’ 뿐이다.
감염 음성 판정을 받더라도 방역상 문제가 없을 경우 피해액의 80%을 지급한다. 신고지연을 비롯해 소독미실시·이동제한 미준수·명령불이행·역학조사 거부 등 방역상 문제가 있을 경우 최대 40%까지 보상금이 삭감된다.
여기에 최근 2년 내 발생에 따라 20%씩 추가 감액돼 2년간 AI가 3회 발생한 농가는 50%, 4회 발생 농가는 살처분 비용의 20%만을 보상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사육두수와 매몰비용 뿐 재입식과 해당 기간 동안 육계·계란 출하비용, 인건비 등은 농가의 몫이다.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AI 예방접종에 대한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언급돼왔다. 살처분 등에 소요되는 금액보다 예방접종으로 인한 비용이 더 적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5월 ‘HPAI 백신 대응 TF팀’을 구성해 고병원성 AI 백신 도입·접종안을 검토했으나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의견충돌로 계류되고 있다.
이후 지난달 열린 ‘고병원성 AI 항원뱅크 비축 및 백신접종 시스템 구축방안 공청회’를 통해 접종대상, 지역 등 AI 백신접종 시스템 구축방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미뤄진 상태다.
김 장관은 “AI 발생시 통상적인 방역으로 막고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긴급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항원 구축 등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년까지) 가능한 빨리 긴급 백신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