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의 한 초등학교를 다니던 여자아이를 강제로 차에 태워 납치한 20대 남성이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정신적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밀양경찰서는 지난 10일 이 사건 용의자 이모(27)씨를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의 혐의로 붙잡은 뒤 브리핑을 열고 11일 오후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씨가 범행한 날부터 검거 직전까지 경찰 수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납치부터 검거까지
경찰은 이씨가 범행 전까지 자신 소유의 1t 트럭을 몰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생활해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 이달 초 1t 트럭을 몰고 밀양에 온 이씨는 지난 9일 초등학생 B양을 상대로 범행에 나섰다.
이씨는 오후 4시5분께 초등학교를 마치고 스쿨버스에서 내려 집에 가려던 B양을 강제로 차에 태우고 납치했다.
이씨는 B양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준비한 청테이프로 꽁꽁 묶었다.
그리고 저항하는 B양에게 손찌검을 했다. 그러면서 “말 잘 들으면 아저씨가 집에 데려다 줄게”라며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는 B양을 차에 감금시킨 채 밀양을 벗어났다.
이 같은 사실을 알 리 없었던 B양 가족은 B양이 학교를 마치고 올 때가 지났는데도 보이지 않자 초조해졌다.
평소 같으면 집에 와서 놀고 있을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B양은 보이지 않았다.
B양을 찾던 가족은 오후 5시52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비상소집을 걸고 타격대, 기동대, 수색견, 과학수사팀 등을 동원해 집중 수색에 나섰다.
이전까지 폭력이나 절도 등 강력 범죄가 없었기에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으로 조용하던 마을이 발칵 뒤집어졌다.
경찰이 확보한 유일한 단서는 스쿨버스에 설치돼 있던 블랙박스 영상이었다.
B양이 내린 지점과 B양의 집까지 거리는 불과 300여m.
경찰은 이 영상을 토대로 B양의 행방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았다.
경찰이 일대를 샅샅이 훑었지만 B양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실종 2일째 지난 10일 오전 9시45분께 B양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색에 나섰던 경찰관을 확인한 1t 트럭에서 B양만 내려주고 이 트럭은 달아났다.
경찰은 B양을 납치한 이씨가 포위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부담을 느껴 그랬던 것으로 판단, 이 트럭을 용의차량으로 보고 뒤를 쫓기 시작했다.
이씨는 결국 지난 10일 오후 1시55분께 창녕군 한 PC방에서 게임 중 탐문 경찰에 발각됐다.
초등생 납치 사건 발생 22시간 만이었다.
조사 결과 이씨는 범행 후 B양을 태우고 밀양을 벗어나 경북 청도를 거쳐 경기도 여주 등 전국을 돌아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순순히 범행 사실을 실토하며 잘못을 빌었다.
경찰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납치 범행은 이씨 단독범으로 보이며 범행 수법 등으로 미뤄 여죄가 더 있는지,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며 “오늘(11일) 중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밀양=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