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의 창원국가산업단지(총면적:25.3㎢)는 2000개가 넘는 기계 산업과 관련 있는 공장이 모여 있는 ‘기계산업의 메카’다. 1980년대 기계 산업 부흥기 연평균 20% 성장과 생산액 16조5000억원, 수출액이 56억원에 달했을 정도로 한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들어 조선업 경기가 악화하고,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맹추격을 해오면서 맥을 못 추는 상황이기도 하다.
얼핏 한국판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논하는 것 같지만 창원국가산업단지에는 한국형 스마트팩토리의 미래가 태동하고 있다.
주인공은 세계적 인구 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글로벌 산업계의 대안으로 부상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이다. 창원시 성주동에 위치한 이곳은 전체 면적만 11만4000평(37만6860㎡)에 달하며 국내 유일 가스터빈 항공엔진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에어로스페이스) 기술력의 심장부다. 현재 회사는 GE, P&W, 롤스로이스 등 세계 3대 엔진 메이커사와 대규모 수주계약을 따내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16일 스마트팩토리와 대규모 수주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고공비행을 시작한 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을 찾았다.
공장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스스로 공정을 진행하고 있는 무인로봇들이다. 현장 내부에는 자동조립·연마·용접·물류이송로봇을 비롯한 첨단장비 80여대가 유연생산시스템(FMS, 설비·창고·공정 일원화 시스템)에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흡사 로봇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화 관계자는 “이곳은 2016년 자동화 라인으로 신축됐다. 약 1만1000m² (3310평) 규모에 약 1000억원을 투자했다”며 “이를 통해 미국 GE사의 차세대 엔진인 리프(LEAP) 엔진 부품을 생산했고, 2017년에는 P&W(Pratt & Whitney) 사의 GTF(Geared Turbo Fan)엔진에 장착되는 블레이드(IBR) 3종 등 첨단 항공 엔진의 고부가 핵심부품이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을 둘러보던 중 감상균 사업장장과 생산부장인 남형욱 상무를 만나게 됐다. 두 사람과는 공정에서 품질의 중요성과 스마트팩토리의 최종 목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선 감 사업장장은 공정 품질 중요성에 관한 물음에 “엔진은 항공기의 심장이다. 그렇기에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은 제조업 가운데서도 가장 까다로운 수준의 품질을 유지해야만 한다”며 “특성상 1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고, 제품에 따라서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미크론(1000분의 1mm) 단위 오차까지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위해 각 공정에서는 장비마다 최대 1초에 20회 이상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집하고 있다”며 “실내 작업장의 온도도 21도로 정확하게 유지하고 있다. 1도라도 상승하면 금속재료가 팽창해 정밀조립이 불가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서 남형욱 상무는 “철저한 품질을 위해 모든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해 각 공정 상태와 제품의 위치 등을 3D 시스템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생산현장을 실시간으로 3D로 구현해 시스템으로 볼수 있도록 한 것)도 구축했다”며 “앞으로 공장은 품질 불량과 우발적 설비 이상은 물론이며 사전에 이상을 예방하는 AI(인공지능) 지능화까지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 상무는 “인도, 베트남 등 해외업체에서도 이곳을 방문해 스마트팩토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첨단 자동·지능화 설비와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팩토리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생산과정 전체가 자동화 공정을 통해 안전성과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 관계자들에게서 세계 최고를 향한 의지가 느껴졌다. 앞으로 에어로스페이스가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장 관계자들은 “우리는 지난 40년간 쌓아온 글로벌 항공 엔진 RSP사업(엔진설계·개발·제작 참여사업) 파트너라는 업계 지위와 스마트팩토리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엔진 부품 사업 규모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1월 ㈜한화로부터 인수한 항공기계사업과 기존 항공엔진 사업과의 시너지도 창출할 것”이라며 “이로써 항공엔진 사업을 넘어서 글로벌 항공 분야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