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원회는 6일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가장자산‧공매도·론스타 등의 문제를 두고 집중적인 질의를 펼쳤다. 당초 문재인 정부 시절 집중적으로 취급된 태양광 대출 등을 두고 여야 정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다만 정무위는 정쟁 보다는 민생과 관련된 안건에 대한 질의에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이날 진행된 국정감사의 최고 화제는 이정훈 빗썸 전 의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다. 이 전 의장은 이날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건강 상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정무위는 이 전 의장의 불출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정훈 증인은 빗썸 오너다. 코인 상장폐지와 개미털기로 원성이 자자하다”며 “빗썸은 코인 시장 1위 업체였지만 무리하게 시세 조작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있다. 감독 규제가 없는 틈을 타 코인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어 새로운 투자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불출석 사유가 황당하다. 빗썸 회사는 이정훈 증인에 대한 연락처와 주소지 제공을 거부했다”며 “(그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으로 오랜 기간 약물치료를 받고 있어 외부인을 만나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해놓고, 4일과 5일 중앙지법 형사재판에서 피고소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는 재판에 적극 대응했다”고 몰아 세웠다.
현재 이 전 의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아로와나 코인 관련 의혹이다. 아로와나 코인은 지난해 4월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 상장된지 30분 만에 1코인 가격이 50원에서 5만3800원까지 1000배 이상 치솟아 시세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정무위 위원들은 이정훈 빗썸 전 의장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동행명령장 발부를 결정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이정훈 증인이 불출석 사유를 제출했으나 부득이한 사유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동행명령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동행명령장은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 6조에 근거하여 국정조사 또는 국정감사의 증인이나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해당 증인과 참고인을 동행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동행명령을 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동행명령을 거부할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에 이날 국회 입법조사관과 사무처 직원들이 이정훈 빗썸 전 의장의 자택을 방문해 동행명령 집행에 나섰으나 이는 끝내 불발됐다. 백 위원장은 이날 저녁 “직원들이 2시간 동안 자택을 방문해 노력했지만 본인과 가족, 회사의 비협조로 동행명령을 집행하지 못했다”며 “동행명령 집행을 중단하고 형사고발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무위 위원들은 빗썸뿐만 아니라 업비트의 루나코인 셀프상장 의혹 등을 제기하며 금융당국 차원의 조치를 촉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에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지금의 제도에 허점이 많은 것은 인식하고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점에 공감한다”며 “내부적으로 법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국회에서 법이 14개 올라와 있어 논의를 빨리 해주시면 좋겠다”고 오히려 국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공매도 금지, 입 꾹 닫은 금융위원장
이날 국감에서는 최근 추락하고 있는 국내 증시를 두고 공매도 문제 역시 제기됐다. 정무위 위원들은 공매도 금지를 통해 증시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반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공매도가 전년 대비 40% 늘었다.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켜 시장에서는 공매도 제도를 ‘개미 학살제도’라고 부른다”면서 “애초에 공매도 시장은 대량 자금과 정보를 앞세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다. 지금이라도 금융위가 개인 투자자 보호와 주식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에 “(공매도가) 언제 어떤 식으로 표현되든지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공개된 자리에서 (보완 대책을)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공매도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강 의원은 이러한 답변에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세력을 방관하고 있다는 말이 많다. 공매도 일시 금지 조치가 필요 없다는 거냐”며 “위원장님 지금 제대로 일하고 계신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공매도에 대한 정책 당국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현재 증시가 굉장히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해를 입고 있어 국회 차원에서는 지금 시점에 공매도 금지를 충분히 고려하고 실시할 때가 됐다”고 공매도 금지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공매도 총량제, 공매도 대차거래 상환 만기 설정 운영 등의 대안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대안 중에는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를 즉각 시행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고, 공매도 총량제를 도입해서 적용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있다”면서 “또 공매도 대차거래에 대해서는 상환 만기를 설정해 운영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들이 있다”고 제안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에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론스타 3000억원 배상, 누구 책임인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가 우리 정부와 론스타간 외환은행 매각 국제투자분쟁에서 론스타에 3000억원 상당을 배상토록 한 판결도 주요 논란거리였다. 특히 금융위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날 참고인으로 국감에 출석한 전성인 교수는 금융위의 직무유기가 3000억원의 배상 판결을 불러온 것으로 증언했다. 전 교수는 금융위의 론스타 비금융주력자 판단 지연에 대해 어떻게 보냐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만약 2008년 9월 9일 이후 조속한 시간 내에 (금융위가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로 판정하고, 론스타의 의결권을 4%로 제한한 뒤에 ‘주식처분 명령을 내려야 될 것인가’ 또는 ‘언제부터 비금융주력자였는가’에 대한 조사를 했다면 지금과 같이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아까운 혈세 3000억원이 나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익시드(ICSID) 소송은 법무부의 해설서에도 나와 있듯이 국내법을 위반하지 않은 적법한 절차에 대해서만 적용한다. 어떠한 투자가 국내법을 위반한 투자였다면 익시드 재판부는 관할권 없음으로 각하하게 된다”며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로서 국내 은행법을 위반했고 익시드 소송의 관할권 없음을 정부가 주장했다면 소송이 각하되는데 주장하지 않아 패소에 달했다. 이것을 주장하면 전부 패소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교수는 “정부의 취소청구소송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지만 만약 받아들여져도 재판부를 새로 꾸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당시 정책결정권자의) 배임 등의 공소시효가 도과하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러한 지적에 “(당시 금융위 직원들이) 위법 부당한 행위를 안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소송 대응단에서 이해관계자인 금융위가 제외돼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한국증권금융의 과도한 대주 서비스 수수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가계부채 문제 등도 질의가 제기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한국증권금융의 대주 서비스 수수료를 점검하겠다고 답변하는 동시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는 불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금융권과 공감대를 가지고 대응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