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지사는 지난 7일 도정현안 기자간담회에서 “1도 1국립대학으로 정부 방침이 가고 있고, 학령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국립대학들도 통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교육계 전문가 의견”이라며, (통합의대가) 국립의대 유치로 인한 동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통합 시기에 대해서도 2026학년도 신입생 배정 전이 좋겠다며, 비공식적인 정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유치 논의가 시작된 후 김 지사는 ‘공동의대’를 주장하다 정부 반대를 이유로 공모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 설립 방식과 후보대학 선정을 위한 용역이 한창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시 ‘통합의대’가 최적의 방법이라며 또다시 입장을 바꾸면서 오락가락 행보를 이어갔다.
이같은 전남도의 설립방식 변경을 두고 전남도의회에서 ‘투명성과 일관성 부족은 물론,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일 열린 제385회 전남도의회 임시회 제1차 기획행정위원회 회의에서 전경선(목포5, 민주) 의원은 “전남 의대 신설 방식이 또다시 ‘통합의대’로 변경된 것은 일관성이 부족하고, 명확한 설명도 없다”고 지적하고 “두 대학은 아직 통합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남도가 용역기관에 대해 일체 개입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전라남도의 정책 결정 과정에 따라 용역기관도 따라가는 듯 느껴져 용역의 독립성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의혹을 키우는 일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전남도 주관으로 장흥 통합의학컨벤션센터에서는 전라남도 국립의대 설립 범도민추진위원 대상 국립의대 설립방식 설명회가 열렸다.
도민공청회, 대학설명회, 여론조사를 비롯한 의견 수렴 결과 등 지금까지 추진 상황을 설명한 전라남도 국립의대 설립 후보대학 추천을 위한 용역기관인 에이티커니코리아 오병길 파트너는 “두 가지 방안 중 ‘통합의대’는 대학통합과 국립의대를 함께 실현하는 방안이자 ‘지역의 의견을 수렴해 하나의 대학을 정해 추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구현하는 방안”이라며 ‘통합의대’에 무게를 실었다.
용역기관은 당초 대학 1곳에 의과대학을 유치하고 대학병원을 함께 설립하는 방안과 대학 1곳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동부와 서부에 각각 1곳씩의 대학병원을 설립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통합의대로’ 사실상 방향을 선회, 전남도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번에는 ‘대학통합에 두 대학이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일방적인 발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14일 ‘순천대와 목포대가 대학통합에 공감하고 이를 통해 의대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순천대 글로컬대학 강소지역기업 육성 비전 선포식’에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병운 순천대학교 총장, 송하철 목포대학교 총장, 김문수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전 오찬간담회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양 대학 총장이 “1도 1국립대 취지에 따라 대학을 통합하고 국립의과대학 문제도 통합의대 방향으로 가면, 대학의 발전도 기할 수 있고, 양 지역의 화합과 상생,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양 대학이 논의하고, 필요 시 교육부와도 협의하면서 대학 통합을 성사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설명자료가 발표되자 목포대학 측은 15일 입장문을 통해 “양 대학에서는 10월 10일, 대학별 5명씩 통합 주요 현안을 검토하는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진행했으며, 대학 통합을 위한 주요 현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략적인 의견교환만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논의의 시작에 불과한 현 상황에서 양 대학이 통합에 합의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며 유감을 표하고, 목포대는 원칙적으로 공모를 통해 의대 입지가 빠른 시일 내에 정해져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목포대는 그동안 전남도에 “양 대학과 전남도가 대학 통합과 의대 신설에 대한 쟁점들을 검토해 양 대학이 모든 내용을 수용할 수 있을 때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확정하지 않으면 이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에 대한 논의의 결과는 기한을 정해 협의하면서 공모는 공모대로 진행하자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목포‧영암‧무안‧신안지역 도의원들도 반발했다. 이들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전남도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교육부·전남도·목포대·순천대의 통합의대 원칙적 합의’라는 내용은 전남도만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남도가 섣불리 발표한 양 대학 통합은 대학 간의 합의도, 그 이전에 각 대학의 구성원들 간의 최소한의 논의도 없는, 말 그대로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통합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양 대학의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상태로 전남도는 한술 더 떠 기약도 없는 통합의대 추진이 최선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은 “근거도 실체도 없는 대학 통합이 합의가 됐으니 이제 통합의대를 추진하겠다는 전남도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전남도의 일방 독주는 결코 전남도민의 염원인 의대유치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남도는 그동안 공동의대에서 공모로, 다시 공모와 통합의대를 통한 투트랙 추진에서 또다시 통합의대로 입장을 바꿔왔다”면서 “전남도의 갈팡질팡 행정이 전남도민의 진정한 의견 수렴이 아닌 다분한 정치적 의도에 의한 갈지자 행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모 추진에 엄정중립을 지키겠다는 전남도의 약속은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진행되고 있는 공모 추진에 큰 걸림돌 역할을 도가 자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전남도는 그동안 도민에게 약속한 바대로 오는 11월까지는 전남 의대의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며, 입지선정 후 차분히 양 대학과의 논의를 통해 대학통합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정성 있게 시작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