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3일 (4)
반도체 온실가스 90% 제거…녹색대전환 이끄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정책크루]

반도체 온실가스 90% 제거…녹색대전환 이끄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정책크루]

R&D 현장적용·사업화 지원…기업 해외진출 뒷받침
도심홍수·가뭄 대응 기술개발…환경안전 역할 확대
환경표지·생활화학제품 사후관리 신뢰 회복은 과제

승인 2026-08-13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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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책을 만들면 이를 현장에서 실행하고 국민의 삶과 연결하는 산하기관과 관계기관이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 기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책과 사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쿠키뉴스는 [정책크루]를 통해 정부 산하기관과 관계기관의 역할과 성과를 살펴보고, 그동안 제기된 논란과 개선 과제까지 함께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경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경
정부가 기후·환경정책을 내놓는다고 곧바로 국민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의 성장을 돕는 동시에 친환경을 내세운 제품이 실제 기준에 맞는지 살피고 생활화학제품 등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 원장 남광우)은 이처럼 정부의 기후·환경정책을 기술과 산업, 국민 생활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은 곳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환경기술 연구개발(R&D)부터 기업 육성과 해외진출, 녹색금융, 친환경 소비, 환경피해구제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술원은 2009년 한국환경기술진흥원과 친환경상품진흥원을 통합해 출범했다.

반도체 공정 넘어 생활 속 환경문제 해법 제시

기술원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환경R&D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와 환경 현안에 해법을 제시하고, 개발된 기술이 현장에서 활용돼 사업화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기술원은 기후·대기와 물·토양, 생태·보건, 미래순환자원 등의 분야에서 기술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이다. 지난해 환경R&D 우수성과로 선정된 ‘N2O(아산화질소) 및 공정가스 통합 처리용 POU 스크러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개별 공정·장비 단위의 발생 지점에서 바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특히 N₂O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온난화 효과가 273배에 달하고 대기 중 평균 수명이 109년에 이르는 온실가스다. 연구진은 기존 1000℃ 이상 고온에서 처리하던 방식과 달리 650~750℃에서 N₂O를 분해하는 촉매를 개발했다. N₂O 제거 효율은 90% 이상이며 장비 한 대당 온실가스(CO₂)를 연간 약 370톤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소나무 약 3000그루의 60년간 탄소 흡수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14대를 대상으로 현장 실증도 진행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잦아지는 집중호우에 대응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2025년 환경R&D 최우수성과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도심홍수 모니터링 기술은 도로침수계와 하수관로수위계 등 스마트 계측장비와 CCTV 영상에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접목했다. 도로의 침수 깊이와 하수관 수위를 측정하고 AI가 CCTV 영상을 분석해 침수 상황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실제 서울 관악구 신사동 등에서 현장 실증도 진행됐다.

이밖에 기술원은 상습 가뭄지역 지하에 물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기술을 실제 적용해,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약 70% 증가하는 것을 실증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해상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선박)는 하루 100톤의 바닷물을 생활용수로 바꿔 가뭄지역 섬 주민에게 공급한 바 있다. 또한 화학사고 현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측정·분석할 수 있는 휴대용 장비도 개발했다.

남광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남광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연구실 나온 기술, 기업·시장 잇는 연결고리

개발된 기술을 기업과 시장으로 연결하는 것도 기술원의 역할이다. 환경·기후테크 기업의 창업부터 사업화와 금융·투자, 판로 개척과 해외진출 등을 지원한다. 기술이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콜롬비아에서 이동형 급속 소규모 정수처리 설비의 235억원 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매립가스를 활용한 발전·탄소배출권 거래사업의 약 745억원 규모 민간투자사업 수주를 도왔다.

기업의 녹색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녹색금융도 기술원의 업무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정착과 녹색채권 시장 확대, 중소·중견기업의 녹색투자 활성화 등을 지원하고 기업의 환경정보 공개와 환경성 평가체계 구축 등도 맡고 있다.

기술원의 업무는 산업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민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표지’ 인증을 비롯해 녹색제품 생산과 친환경 소비 확산을 지원한다.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와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건강피해 예방, 가습기살균제와 석면 등 환경피해 구제 역시 기술원이 맡고 있는 주요 업무다.

‘친환경’ 믿을 수 있나…인증·사후관리는 숙제

다만 국민의 안전과 친환경 시장의 신뢰를 관리하는 기관인 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5년간 수천 건의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가 적발됐지만 대부분 행정지도에 그쳐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평균 4000건이 넘는 점검 대상을 직원 3명이 담당하고 있다는 인력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와 관련 기술원은 자동화 시스템(RPA)의 감시 범위를 텍스트에서 이미지까지 확대하고 환경성 표시·광고 자문위원회에서 소비자 위원 비중을 지난해 11%에서 올해 21%로 높였다.

또한 기술원은 최근 4년간 환경표지 무단사용 적발 건수가 172% 증가했지만 처분이 대부분 시정권고에 그쳐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국회 지적을 받았다. 이에 무단사용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와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조치 의무 강화를 위한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이 완료돼 올해 3월 시행됐다. 환경표지 무단사용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2027년 예산 9억3300만원 증액도 신청했다.

생활화학제품과 친환경 인증의 사후관리도 과제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해외직구를 통한 위해 생활화학제품의 국내 유통과 규제물질인 수소염화불화탄소(HCFC)가 검출된 중국산 PF(페놀폼)보드를 수입·판매하는 업체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문제가 지적됐다. 기술원은 해외직구 위해제품 모니터링을 기존 3회에서 5회로 확대하고, PF보드에 대해서는 재시험과 주요 원료 변경이력 관리 강화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전환에 맞춰 환경R&D와 녹색산업 육성, 녹색금융·소비, 환경보건 등 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기후·환경정책이 기술과 산업, 시장을 거쳐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현장과의 연계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태구 기자/사진=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공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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