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UFS의 야외기동훈련(FTX) 일부가 취소 또는 조정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지휘소인 ‘CP탱고’ 운용에도 변화가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연합연습에 실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로서는 북미 정상 간 관계를 대화 재개의 동력으로 활용하면서도 연합작전 수행 능력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 등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브런슨, 공개 일정 취소하고 국방부로…안규백과 20분 면담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오후 3시25분께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안 장관과 약 20분간 면담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국방부 방문 이유와 UFS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언급하며 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왔다는 취지로 답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당초 이날 예정된 공개 행사 일정까지 취소하고 국방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지시가 나온 직후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지휘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직접 국방부 장관과 만났다는 점에서 UFS 조정 방안을 둘러싼 한미 간 협의가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면담을 마친 브런슨 사령관은 국방부를 나서면서 회의가 있었다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직접 지시했고 미 국방부 역시 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날 면담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UFS의 조정 범위와 방식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FTX 일부 조정 움직임…CP탱고 운용도 변화
실제 UFS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7일부터 시작된 UFS의 일환으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 가운데 일부가 취소 또는 조정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함께 실시하기로 했던 일부 훈련을 각각 실시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미연합사령부가 UFS를 위해 경기 성남에 설치한 전시지휘소 ‘CP탱고’의 인력 운용에도 조정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P탱고는 유사시 한미연합사 지휘부가 전쟁을 지휘하는 핵심 시설이다. UFS와 같은 지휘소연습(CPX)에서는 한미 연합 지휘·통제 절차와 작전 수행 능력을 숙달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대폭 축소’ 지시가 야외기동훈련뿐 아니라 연합 지휘소연습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현재까지 UFS 전체의 구체적인 축소 규모나 대상이 공식적으로 확정·공개된 것은 아니다. 한미 군 당국의 협의를 거쳐 취소하거나 조정할 훈련을 선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미측이 제시할 구체적인 축소안이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에 많은 비용이 들고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이미 취소하기에는 늦은 만큼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17일 “최고통수권자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지시가 현재 진행 중인 UFS에 어디까지 반영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올해 UFS는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며 한국군 약 1만8000명이 참가한다. 지휘소연습과 연계한 ‘워리어 실드’ 야외기동훈련 가운데 대대급 이상 훈련은 14건이 계획됐다.
이는 지난해 UFS 당시 17건보다 줄어든 규모지만 군 당국은 그동안 훈련 자체를 축소한 것이 아니라 연중 균형 있게 분산한 결과라고 설명해왔다. 따라서 기존 계획에 따른 FTX 조정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추가 축소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靑 “한미 긴밀히 조율”…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방점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뒤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주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한미 양국은 그동안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와 연합연습 및 훈련에 대해 긴밀히 조율해왔다”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구체 사항에 대해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훈련 축소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데 대해서는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늘 SNS 메시지에 주목한다”고 했다.
이어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 대화로 이어짐으로써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진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개시되기를 기대한다”며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페이스메이커로서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미 대화 재개를 촉진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면서 구체적인 훈련 조정 문제는 한미 군 당국 간 협의를 통해 관리한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야권은 이번 사태를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와 연결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취소하기에 너무 늦어 대폭 축소’라니, 아예 연합훈련이 없어질 판”이라며 “이재명 정권이 자초한 외교 참사”라고 주장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북한의 위협에 맞서 실전 대응 능력을 점검해야 할 방위 훈련이 껍데기만 남게 된 참담한 현실은 전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자초한 결과”라며 한미 공조 복원을 촉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동맹이 같은 상대를 다르게 보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까지 함께 언급한 것을 두고 한미 연합훈련이 다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연합훈련 축소를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나 통상·투자 문제와 공식적으로 연계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
2018년처럼 북미 대화 ‘마중물’ 될까
이번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북미 협상 국면과도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비용이 많이 들고 ‘도발적’이라고 비판했고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비롯한 일부 대규모 연합훈련이 중단되거나 조정됐다.
이에 이번 UFS 축소 역시 김 위원장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메시지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훈련 축소가 실제 북미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UFS를 군사적 대결 준비라고 비판하며 대응을 예고해왔고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도 이어갔다.
정부로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동시에 북한의 추가 군사행동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작권 검증·연합 대비태세 영향도 촉각
훈련 축소가 장기화하거나 핵심 연습까지 영향을 받을 경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미는 UFS 등을 통해 연합 지휘·통제 절차와 작전 수행 능력을 숙달하는 동시에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따른 평가를 진행해왔다. 한국군의 미래연합사 주도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과 연결돼 있는 만큼 핵심 CPX와 연계 훈련이 크게 변경될 경우 검증 일정이나 방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일부 훈련의 조정이 곧바로 연합방위태세 약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과거에도 한반도 정세와 북미 협상 상황에 따라 연합훈련의 명칭과 규모, 방식이 변경됐고 대체·보완 훈련을 통해 대비태세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대폭 축소’가 어느 수준까지 현실화하느냐다.
브런슨 사령관과 안 장관의 면담을 시작으로 한미 군 당국의 협의가 본격화하면서 조정 규모도 조만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행 중인 UFS에서 어떤 훈련이 취소·축소되는지, 지휘소연습까지 영향을 받는지, 이번 조치가 향후 정례 연합연습에도 적용되는지가 우선적인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훈련 조정이 북미 대화 재개의 마중물이 된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별다른 대화 진전 없이 연합훈련만 장기간 축소될 경우 연합작전 수행 능력과 동맹 신뢰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실제 UFS 조정으로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페이스메이커’ 구상도 첫 시험대에 올랐다. 북미 대화의 공간을 넓히면서 동시에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공백을 막는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