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2일 (6)
[의료진 이야기] 4기 폐암 진단 후 8년…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찾는다”

[의료진 이야기] 4기 폐암 진단 후 8년…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찾는다”

김혜련 원자력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승인 2026-08-20 09:23:02 수정 2026-08-20 13: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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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중증 암이 다. 여전히 치료가 쉽지 않은 암으로 꼽히지만, 새로운 항암제와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선택지는 넓어졌다. 치료의 목표 역시 생존기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료를 통해 일상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데 있다. 같은 병기의 폐암이라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4기 폐암을 진단받은 79세 여성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 이미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했고 황반변성으로 시력까지 좋지 않아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고령에 전신 상태까지 좋지 않아 강도 높은 항암치료를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환자의 상태와 암의 특성을 함께 고려 해 면역항암제를 단독으로 투여하기로 했다. 한자는 큰 부작용 없이 치료를 잘 견뎌냈고, 2년간의 치료를 마친 뒤에도 질병의 진행 없이 진단 후 8년째 생존하고 있다. 환자의 나이나 동반 질환만으로 치료 가능성을 미리 단정할 수는 없다.

40대 중반 여성 환자는 폐암이 림프절과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4기 상태로 진단돼 수술이 어려웠다. 초기 치료로 면역항암제와 항암치료를 시행해 약 2년간 좋은 치료 반응을 보였지만 이후 병이 다시 진행됐다. 유전자 검사를 통 해 치료 방향을 다시 살폈다. RET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서 이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했고, 불과 2개월 만에 종양이 크게 줄어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바뀌었다.

이후 수술을 통해 폐 안의 암을 제거했고 현재까지 재발 없이 생존하고 있다. 수술이 어렵다고 판단됐던 환자가 수술까지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암의 유전자 특성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폐암 치료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치료제가 초기부터 진행성 폐암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암의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표적치료제를 선택하거나 면역항암제를 활용하는 등 환자마다 다른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수술 전 항암치료와 면역항암제를 병행해 암의 크기를 줄이고 수술 가능성을 높이는 치료도 시행되고 있다. 원자력병원은 호흡기 내과와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가 함께 환자의 상태와 치료 가능성을 검토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고 있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자신의 삶을 이어갈 목표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한 4기 여성 한자는 치료 과정에서 다양한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의료진과 함께 부작용을 조절하며 치료를 이어갔다. 이후 다른 면역항암제로 변경하면서 좋은 반응을 보였고 현재까지 질병의 진행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 환자는 힘든 치료를 견디면서 ‘아들이 대학원을 졸업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고 실제로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뤘다. 폐암 치료는 단순히 암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과정이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재발하면 어떻게 하나요?”라는 것이다. 폐암 수술로 암을 제거한 경우에도 남아 있는 폐에 새로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금연을 유지해야 하며, 가벼운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이어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검진도 중요하다. 특히 50대 중반 이상의 장기간 흡연자는 폐암 고위험군에 해당할 수 있어 국가폐암검진 대상이라면 정해진 주기에 맞춰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폐암은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암이지만 ‘치료할 수 없는 암’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새로운 치료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으며, 환자의 유전자 특성과 전신 상태에 맞는 치료를 선택하면서 장기간 질병을 조절하거나 수술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폐암 진단 자체에 좌절하기보다 의료진과 함께 자신에게 맞는 치료 전략을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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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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