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수도 부산, 글로벌 해운 비즈니스 중심도시를 꿈꾸는 부산에 거대한 사법·산업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28년 부산해사국제상사법원(이하 부산해사법원) 개원이 확정되면서, 북극항로 시범운항과 스마트항만 자동화 등 해양산업 생태계가 급변하는 시점이다.
한국 해양 인재 양성의 요람인 국립한국해양대학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쿠키뉴스는 지난 14일 류동근 국립한국해양대 총장을 만나 글로벌 해운 중심도시, 부산의 미래와 이를 이끌어갈 ‘융합형 해양 인재 양성 전략’을 들어봤다.
■ “2028년 부산해사법원 개원은 시작일 뿐… 실질적 분쟁 해결 허브 돼야”
오는 2028년 부산에 법관 10명, 5개 재판부 규모의 해사법원이 임시청사로 확정된 부산진역사(동구문화플랫폼)에서 문을 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 해사 분쟁의 상당수는 계약 단계부터 영국법이나 런던중재(LMAA)를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다. 청사가 들어선다고 해서 글로벌 분쟁 소송이 저절로 부산으로 유입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류동근 총장은 “부산해사법원 개원은 국내 해사 사법 인프라의 거대한 진전이지만, 청사와 재판부가 갖춰진다고 해서 글로벌 분쟁이 저절로 모이지는 않는다”며 선제적인 준비를 강조했다.
류 총장은 “수세기 동안 축적된 영미법 중심의 계약 관행과 런던중재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매우 공고하다”면서 “결국 법원 개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준거법 전환*을 위한 산업계의 노력과 전문 인재 양성, 신속한 사법 절차 정립이라는 ‘삼박자’가 지금부터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준거법 전환은 계약·분쟁 등에서 ‘어느 국가의 법이 적용될지’를 바꾼다는 법률용어)
이를 위해 국립한국해양대는 (가칭)해사법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1980년 국내 최초로 해사법학과를 신설한 이래 46년간 축적해 온 독보적 교육 역량을 집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류 총장은 “해사법 전문가는 단순한 법률 지식을 넘어 선박 운항 실무부터 용선계약, 해상보험, 선박 건조까지 해운산업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며 “신설될 해사법대학원은 변호사, 공무원, 산업계 종사자들이 유연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논문·무논문 과정 및 단기 전문과정을 병행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최고 수준의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류 총장은 “현업 전문가들의 재교육 수요를 적극 수용해 비전일제 석사과정 정원을 3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시의 해양수도 정책에 발맞춰 항만·물류의 디지털 대전환인 ‘AX(AI Transformation)’, 친환경 전환인 ‘GX(Green Transformation)’, 그리고 새로운 공급망인 ‘북극항로’ 등 3대 핵심 분야에 선박금융을 결합한 독보적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제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글로벌 표준 구축도 진행 중이다.
류 총장은 “런던, 아테네 대학들과 공동으로 국제 공인 해양금융 전문가 자격시험제도를 개발하고, ‘MSc in Maritime Business & Finance’ 글로벌 교육과정을 새롭게 선보여 부산을 아시아 해양금융 허브로 확실히 안착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류 총장은 “북극항로는 선박과 항만만으로 열리지 않으며, 안전하게 운항할 전문 운항 인력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며 현 실습선 인프라에는 한계가 있음을 솔직하게 지적했다.
그는 “현존하는 대학 실습선으로는 극지 수역 승무 경력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제공하기 어렵다”면서 “향후 건조될 차세대 실습선 ‘한바다호’는 단순한 훈련선이 아니라, 향후 30년의 극지·친환경·디지털 교육 수요를 담아내는 ‘국가 해양 인재 양성 플랫폼’이자 ‘움직이는 캠퍼스’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빙(Ice Class) 성능과 극지 탐조등, 방한·스마트 설비 탑재에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의 국가적 투자가 절실하다는 제언이다.
“항만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현장의 변화는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직무의 고도화와 전환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노동의 중심이 물리적 작업에서 디지털 기반의 운영과 의사결정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대는 이에 맞춰 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자동화 시스템 등 디지털 특화 교과목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류 총장은 “항만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전문성과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을 모두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 스마트 메가포트 현장에서 즉시 활약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동근 총장은 인터뷰를 마무리지으며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을 요청했다.
“훌륭한 인재가 산업 현장으로 흘러가는 선순환 구조는 대학 혼자만의 노력으로 완성할 수 없습니다. 정부의 든든한 제도적 뒷받침과 지자체의 정책 연계, 산업계의 협력이 맞물릴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해양 강국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가 그 중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구형모 기자 hmnin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