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나!’ 수지 “일이 전부가 되지 않게” [쿠키인터뷰]

‘이두나!’ 수지 “일이 전부가 되지 않게”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0-31 06:00:25
넷플릭스 ‘이두나!’에서 주인공 이두나를 연기한 배우 수지. 넷플릭스

인기 정점을 달리다 돌연 은퇴한 전직 아이돌 이두나(수지)에겐 한때 노래와 춤이 삶의 전부였다. “나중에 내가 춤도 못 추고 노래도 못하게 되면 그땐 어떡하지”라는 넷플릭스 ‘이두나!’ 속 대사는 화면 밖 아이돌 스타들의 속마음을 대변한다. 두나를 연기한 배우 수지도 한때 그랬다. 2010년 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데뷔하자마자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고, 첫 영화 주연작으론 ‘국민 첫사랑’이란 별명을 얻었다. 행복을 느낄 틈도 힘들어할 겨를도 없었다. 일이 전부일 수밖에 없었던 시기. 그때를 통과하며 수지는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 “일이 제 전부가 되지 않게, 일을 일로써 대하는 법을 익혔어요.” 지난 26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수지가 들려준 얘기다.

두나를 향한 수지의 애정은 각별했다. 둘은 서로 닮았다. 수지처럼 두나도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인기 멤버였다. 사랑받는 만큼 비난에도 시달렸다. 두나는 도망치듯 무대를 떠난다. 남몰래 입주한 셰어하우스에 은둔하다가 우연히 대학생 원준(양세종)을 만나 삶이 바뀐다. 수지는 “‘난 엉망이야. 네 눈에도 내가 엉망이지?’라는 마음으로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연기했다”고 했다. 두나는 위악을 방패처럼 둘렀다. 마음이 답답할 땐 담배를 피웠고 거친 욕도 서슴없이 했다. 수지는 “두나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그의 외로움을 보여주길 바랐다. 보는 사람도 숨이 턱 막히는 느낌, 금방이라도 두나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수지. 넷플릭스

2011년 KBS2 ‘드림하이’로 연기에 발을 들여 지난해 쿠팡플레이 ‘안나’로 각종 시상식을 휩쓴 수지는 대본을 샅샅이 연구한다. ‘이두나!’를 찍을 때도 그랬다. 편의점에 간 두나가 찰칵 소리에 흠칫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원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젊은 사람으로 설정돼 있었어요. 그런데 두나라면 자신을 알아볼 법한 사람이 일하는 곳엔 가지 않을 것 같았죠. 작가님께 의견을 말씀드려 편의점 직원을 나이 많은 사람으로 바꿨어요.” 두나가 셰어하우스에서 입는 옷에도 비밀이 있다. 수지는 “두나가 어딘가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려고 크롭티 등 작은 옷을 자주 입었다. 얇은 옷이 많은 것도 두나가 더 외롭고 추워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음 둘 곳 없던 두나는 원준을 통해 안정을 찾는다. 수지는 “원준이 두나를 온전하게 만들었다”고 봤다. “원준이 준 따뜻한 마음이 두나를 강인하고 유연한 인물로 성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수지에게도 마음 누일 곳은 있다.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청소나 그림처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해요. 그래야 외로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어떤 일이든 너무 거대하게 느끼지 않는 것 같거든요.” 20대 초반 ‘자신만의 속도가 있는 분들이 멋있다’고 말했던 소녀는 어느새 “하던 대로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가진 여성으로 성장했다. 너무 어색해서 때론 ‘가짜일 거야’라고 부정하던 칭찬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두나에게, 또 저에게 ‘힘든 순간이 있었기에 네가 더 빛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모든 것이 평탄할 수만은 없을 테니까요. 두나를 연기하며 저도 제 지난날을 돌이켜 봤어요. 그러면서 제가 치유 받는 순간들도 있었고요. 저는 언제나 묵묵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제는 조금 더 제게 확신을 가져도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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