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1일 (5)
SK하이닉스 40조 ‘통큰 환원’…현금부자 기업들 움직일까

SK하이닉스 40조 ‘통큰 환원’…현금부자 기업들 움직일까

2407만주 장내매수 후 전량 소각…발행주식 3.3% 규모
주요 5개사 현금 반년 새 50조↑…증가분 94% 반도체 집중
법인 MMF도 245조…기업 대기자금 ‘역대급’
쌓인 기업자금 어디로…투자·주주환원 확대 주목

승인 2026-08-19 21: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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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하면서 국내 상장사의 주주환원 확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상장사 5곳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올 상반기에만 약 50조원 늘어난 가운데 현금 여력이 풍부한 기업을 중심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40조43억4000만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장내에서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종가 166만200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취득 예정 주식은 2407만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약 3.3%에 해당한다. 자사주 취득 기간은 이달 20일부터 오는 11월19일까지다.

SK하이닉스는 “사업 경쟁력과 현금창출력, 중장기 성장성 등 내재가치가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자사주 취득·소각과 배당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날 한국거래소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9.75% 급락한 150만원에 거래를 마친 SK하이닉스는 공시가 나온 뒤 넥스트레이드(NXT) 애프터마켓에서 오후 5시 기준 162만원까지 낙폭을 줄였다.

주요 5개사 현금 반년 새 50조↑…증가분 94% 반도체 집중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을 계기로 시장의 관심은 다른 주요 기업의 주주환원 계획과 여력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실제 주요 상장사의 현금 보유액이 올 들어 빠르게 늘면서 주주환원에 나설 재무적 여력도 커진 모습이다.

쿠키뉴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NAVER, 삼성전기 등 주요 상장사 5곳의 반기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이들의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약 99조8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약 149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반년 만에 약 49조9000억원 증가했다.

증가분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57조856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2조9164억원으로 35조600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14조9238억원에서 26조8360억원으로 11조9122억원 증가했다.

두 회사의 현금 증가액만 약 47조원으로 조사 대상 5개사 전체 증가액의 약 94%를 차지했다. 반면 현대차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같은 기간 약 1조9000억원 늘었고 삼성전기와 NAVER는 각각 약 6100억원, 4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이 현금창출력 확대로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 증가가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7년 SK하이닉스의 FCF를 250조~30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경우 125조~150조원의 주주환원이 도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10% 이상의 주주환원수익률이 가능한 규모라며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진행될 경우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결정 이후 다른 반도체 대형주를 향한 주주환원 요구도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현재 삼성전자 주가 수준에서는 특별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며 최소 45조원에서 최대 9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다만 현금 증가가 반도체 대형주에 크게 편중돼 있는 만큼 이를 국내 기업 전반의 여력 확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현금 보유액이 늘더라도 향후 현금창출력과 설비투자 규모, 차입 부담 등에 따라 실제 주주환원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은 기업마다 다르다.

법인 MMF 245조…기업 대기자금 어디로

시장에서는 개별 상장사의 주주환원 움직임과 함께 기업·법인 부문에 쌓인 단기 대기자금의 향방에도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MMF 잔고는 약 267조원으로 지난 3월 말 230조원보다 37조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법인 MMF가 약 245조원으로 전체의 92%를 차지한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시중에 존재하는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아직 최종적인 투자처나 지출처를 결정하지 않은 채 대기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단기상품 잔고가 높은 상황에서는 향후 금리와 경기, 기업투자 환경이 변화할 때 자금 이동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법인 MMF를 개별 상장사의 주주환원 재원으로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업 부문에 상당한 단기자금이 쌓여 있는 만큼 금리와 경기, 투자환경이 바뀔 경우 자금 이동도 빨라질 수 있다.

자금이 향하는 곳은 기업별 자본배분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이 보유 현금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면 내부에 머물던 자금이 주주에게 돌아간다.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지면 유통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당가치 제고와 수급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채무 상환 등에 우선 투입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금 규모 자체보다 이를 어디에 배분하느냐는 것이다.

김유미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의 핵심은 유동성의 총량보다 축적된 자금의 이동과 순환에 있다”고 짚었다. 기업예금과 법인 MMF 등 대기성 자금이 줄고 설비투자와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이 함께 늘어난다면 기업 부문에 머물던 자금이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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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영 기자
자본시장을 들여다보는게 재미있습니다. 이 재미를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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