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과거보다 크게 고도화된 데다 북러 간 전략적 협력까지 강화된 만큼 실제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비핵화 협상의 난도는 트럼프 1기 때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정상외교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 정부로서도 북미 대화를 촉진하면서 한미 공조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함께 유지해야 하는 외교적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르면 올가을 김 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아시아 순방 기간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는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아시아 순방이 회담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현재까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공식적인 실무 준비나 구체적인 의제 조율이 시작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도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단계에서는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됐다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수준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북미 대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김 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한미 연합연습 UFS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도록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 한미 연합연습 조정은 트럼프 1기 당시 북미 정상외교 과정에서도 활용했던 카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UFS 축소 역시 김 위원장에게 미국의 대화 의지를 보여주려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모종의 반응이 있었다고 직접 밝힌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그동안 왜 대화 제안에 반응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가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실제로 응답했다는 의미인지를 묻자 “그렇다. 그가 응답했다”고 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언제, 어떤 경로로,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역시 북미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실제 양측 간 물밑 접촉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여러 차례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정상외교 재개 의지를 드러내 왔다. 지난해 아시아 순방 당시에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며 북한도 비공식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촉박한 일정 등으로 회담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자신의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 문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 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해 외교적 성과를 부각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 환경은 트럼프 1기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김 위원장과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 같은 해 판문점에서 세 차례 만났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특히 하노이 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면서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 사이 북한은 핵탄두와 탄도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했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이미 6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나오며, 일각에서는 핵물질 생산량 등을 고려하면 실제 보유량이 100개를 넘어설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크게 강화된 것도 과거와 다른 변수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에 따른 제재 완화 필요성이 과거보다 줄어들 수 있어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제시해야 할 유인책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곧바로 논의하기보다 핵·미사일 활동 동결이나 군사적 긴장 완화 등 단계적 조치를 우선 협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대로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군축 협상을 요구할 경우 한미가 견지해온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의 외교적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북미 정상 간 직접 소통이 본격화하면 대화 재개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지만, 미국이 한국과 충분한 조율 없이 북한과 협상에 속도를 낼 경우 한미 간 대북정책의 간극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UFS 축소 문제와 향후 대북 협상 과정에서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북한 비핵화 원칙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북미 대화를 지원하되 한국의 안보 이해가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도록 한미 간 사전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할도 변수다. 북미 정상회담이 11월 중국 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추진될 경우 중국이 북미 간 접촉을 지원하거나 대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북미 정상회담 구상이 현실화할지는 북한의 공식 반응과 향후 실무 접촉 여부에 달렸다. UFS 축소에 이어 북미 정상 간 메시지 교환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대화 재개의 신호는 이전보다 뚜렷해졌지만, 비핵화 해법과 제재 완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문제 등 핵심 쟁점은 오히려 과거보다 복잡해졌다.
북미 정상외교가 다시 움직일 경우 한국 정부로서는 대화의 동력을 살리는 동시에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정책 목표가 북미 간 정상외교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