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는 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당초 1.5%에서 3% 수준으로 재조정했다. 연초 대비 명목성장률 전망치 상승, 주택 거래량 증가, 연말 정비사업 이주비 및 신축 주택 잔금대출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금융위는 전체 가계대출 규모(약 1800조원)를 기준으로 보고, 기존 1.5% 적용 시 연간 증가 규모를 약 30조원, 3% 적용시 약 60조원 내외로 추산했다. 1800조원에 증가율을 단순 적용하면 각각 27조원과 54조원이다. 연간 여력이 기존 목표 대비 약 27조원 늘어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대출 규제 완화’로 해석되는 것에 강하게 선을 그었다. 총량 목표만 재조정했을 뿐, 차주별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주택가격별 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규제지역에서는 LTV 40%가 적용되며, 은행권 DSR 규제비율도 40%로 유지된다. 주담대 한도도 주택가격별로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기존과 같이 제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총량 관리 목표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한 것이지 대출 제도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LTV와 DSR 등 기조는 절대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애로를 세심한 지원으로 해소하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 입주단지의 중도금·잔금대출을 금융회사별 총량 관리 과정에서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해당 대출 수요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3%를 산정할 때 포함하되, 개별 금융회사가 총량 소진을 우려해 이주·입주 목적의 실수요 대출을 과도하게 축소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출 오픈런’에 잔금대출 난항까지… 거세진 실수요자 반발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 기조 속에서도 총량 목표를 조정한 배경에는 현장의 대출 난항과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있었다. 당초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지난해(1.7%)보다 낮춘 1.5%로 잡고 금융사별 월별·분기별 목표를 두며 대출 증가세를 억제해 왔다. 은행들은 대출 모집인 접수를 중단하고, 일부 상품의 주담대 한도를 대폭 낮추는 등 문턱을 높였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접수 시작 후 수분 만에 일일 한도가 소진되는 이른바 ‘대출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집단대출 막혀 입주대란 위기”…매교역 팰루시드 6000명 ‘곡소리’
특히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잔금대출을 확보하기 위해 선착순 경쟁에 내몰렸다. 금리와 조건을 비교하기보다 상담 연결·대출 신청 기회 자체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선 수원 매교 팰루시드 입주예정자가 총량 규제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직접 호소하면서, 대출 규제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총량 확대를 통해 이 같은 현장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주비와 중도금·잔금대출 관련 어려움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새벽부터 대출을 신청해야 하는 불편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대책 발표 이후에도 현장 애로를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총량관리제 자체를 폐기하거나 대폭 완화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총량 관리 과정에서 대출 취급에 불편함이 생긴 점은 안타깝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과 높은 가계부채 비율을 고려하면 총량 관리는 불가피하다”며 “총량 관리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권의 실제 대출 공급 속도는 변수로 꼽힌다. 대출 공급을 급격히 늘릴 경우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확대된 총량 한도마저 조기에 소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늘어난 대출 여력을 집단대출과 일반 주담대 등에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관리 전략을 다시 세울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대출 공급이 이뤄지기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 가계대출 관리 목표와 포트폴리오, 개별 사업장의 집단대출 심사 여건이 다른 만큼 본점 차원의 추가 검토와 세부 지침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 확대에 따라 전체적인 공급 여력은 늘어날 수 있지만, 실제로 어느 단지와 어떤 실수요자에게 얼마나 배분할지는 은행별 판단이 필요하다”며 “당장 대출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를 앞둔 현장에서도 은행권의 구체적인 안내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팰루시드 현장 관련 한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은행권에서 구체적인 피드백이 나온 것은 없다”며 “은행별로 본점 차원의 논의와 지침 정리가 이뤄져야 해 다음 주 이후에나 윤곽이 나올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어 “당장 입주가 임박한 차주의 급한 불은 일부 해소됐지만, 8월 후반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은 여전한 상태”라고 전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